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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을 꿈꾸는 범생이, 찐따의 환골탈태.''' 흔히 기안이 단편선에서 그렸던 망상의 연속을 보여준다. 만약 그 학생이 망상에서 깨어나지 않고 계속 꿈을 꿨다면? 혹은 그것이 어느 날 현실로 일어난다면? 이런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 된 <패션왕>은 과연 찐따 망상충 급식충들의 현실도피, 혹은 대리만족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당당히 네이버 웹툰 최상위권 인기작이 되었다. 사실 지금 네이버에 우후죽순 퍼지고 있는 일진미화물의 시초가 바로 패션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거기에 더해 <패션왕>은 이전에 작가가 가지고 있었던 강점인 '탁월한 심리묘사', '현실성 높은 전개'를 통해 단순한 일진미화물 이상의 희로애락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기안84는 네이버의 새로운 히트작가 반열에 오르는 듯 싶었다. * 이해할 수 없는 전개. 그 절정이자 기안84 최대의 흑역사. '''늑대인간.''' 그러나 <패션왕>은 연재가 길어짐에 따라 초반의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기안84의 고질적인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점차 지위가 흔들렸다. 기안치고는 나름 괜찮지만 프로가 그려내는 퀄리티라기에는 형편없는 작화, 들쭉날쭉한 진행속도, 그리고 웹툰 정기연재에서 가장 치명적인 단점인 '잦은 지각'이다. 기안은 독자들의 애증을 한 몸에 받으며 하루는 추앙받다가, 또 하루는 쌍욕을 먹다가를 반복하며 날마다 오락가락했다. 기안과 친분이 깊은 이말년은 이말년시리즈의 분량 몇 편을 할애해 '기안84 회고록'까지 그려내며 특유의 병맛을 내세워 '곰팡이'가 원인이라며 간접적으로 기안을 옹호했으나 사실 이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기안은 메이저 웹툰에서 연재를 할 만큼 능력이 출중한 작가가 아니었으며 특히 그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패션왕>은 애당초 정상적인 결말이 나올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아마 이 시기에 기안84는 스스로 상당한 수준의 고뇌를 한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본인이 밝히기를 당시 멘탈이 다 바스라지도록 악플에 시달린 탓에 공황장애까지 앓았다고 했다. 잦은 휴재와 아무리 짜내봐야 삼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는 극의 전개, 그리고 거의 정신병 수준으로 보였던 그의 구차한 휴재변명들. 기안은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주의자였고 그의 만화가 가지고 있었던 매력은 '상상'이 아니라 '묘사'에 있었다. 다음은 기안84의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 중 일부이다. ''Q : 완결의 임팩트에 대해 말했는데, 사실 전작 [노병가]나 [기안84 단편선]은 임팩트 있는 마무리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A : 극적인 걸 잘 못 그린다. 솔직히 작품의 마무리를 잘 낸 적이 없다. 기술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성향 자체가 그런 면이 있다. '''그냥 이 삶이 계속 될 거 같아서 그렇게 완결이 나온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영광스러운 삶을 살진 못하지 않나. 고등학교 때 일진이라고 잘 나가봐야 미래가 막막한데.... - 중략.'' 이 인터뷰는 기안84라는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만화가인지를 딱 하나의 단락으로 집약해서 보여준다. 기안이 말한 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광스러운 삶을 살지 못한다. <패션왕>은 그런 영광스러운 삶을 꿈꾸고 있었다. 그나마 현실적인 돌파구를 뚫어주기 위해 <패션왕> 연재 당시 사회에 유행하던 ―어쩌면 지금도 유행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소재로 차용하긴 했으나 그 끝은 모두가 알다시피 참담했다. 우기명은 늑대인간으로 변해 패션쇼 현장에서 깽판을 치고 다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온다. 전대미문의 이 쇼킹한 전개는 어찌 보면 기안의 의도된 조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미 찐따가 하루아침에 일진이 되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판타지 아니겠는가? 늑대인간이 나오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왜 늑대인간 나오는 게 불만이냐는 식이다. 좀 더 현실적인 원인을 짚어본다면, 아마 기안 본인이 지향하는 예술적 사조과 대중의 기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기안이 그리고 싶었던 만화는 '그냥 이 삶이 계속 될 거 같아서 그렇게 완결'되는 만화, '고등학교 때 일진이라고 잘 나가봐야 미래가 막막한' 만화다. 그러나 대중, 독자, 급식이 바라는 만화는 '일진이 되어 사회에서도 잘나가는 우기명(본인)의 이야기'였다. 이 두 가지 상충되는 괴리를 적절한 선에서 조율하고 타협해내는 감을 찾지 못했던 기안은 결국 한계점까지 겨우겨우 누더기 콘티로 이어가다가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기안이 조금만 더 전개에 실력을 가진 작가였다면, 혹은 그에게 조력자가 있었다면 보다 매끄러운 결말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크다. '아시발꿈' 수준의 엔딩이 아니라 우기명이 참담한 패배를 하고, 날이 선 독설을 듣고, 다시 현실을 깨닫고 학생으로 돌아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패션왕>은 이런 매끄러운 바느질 같은 서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작가의 부족한 솜씨로 인해 결국 전대미문의 똥을 싸지르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 꿈의 끝, 사회의 시작 <복학왕>. 다시 기안84다운 기안84로. 이제 다시 연재되고 있는 <복학왕>은 기안의 개성과 특유의 강점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그의 작품이다. 묘사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복학왕>의 시작과 동시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부조리, 병폐, 악습들을 빠르게 캐치하며 만화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전 독자층이었던 '찐따' 고등학생들이 현재 지잡대에 들어가 겪고 있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다시 '공감을 일으키는' 만화를 그려내게 되었다. 사실, 두 작품의 주인공이 같다는 점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때 범생이었으나 잘 나가는 일진을 동경한 끝에 양아치가 되어버린 '우기명'. 그는 달콤한 꿈과도 같은 급식의 우상세계를 잠시나마 만끽했으나 결국 기안의 본래 의도대로 막막한 미래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저 그런, 평범한 지잡대 복학생이 되어버렸다. 그곳은 수업시간에 평범한 학생이 공부 대신 꾸었던 꿈의 끝이다. 냉혹하고 날카로운 현실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삶을 살려는 청년들, 그리고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채 놀아제끼는 청년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여전히 꿈 같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은 날 때부터 면상 금수저인 놈(김원호)뿐. <복학왕>은 그렇기에 이러한 대비를 보여주며 동시에 계속해서 화자를 전환한다. 타인에게 이중잣대를 드러내는 모순적인 캐릭터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우기명과 윤두치가 서로를 지잡대생이라고 무시하는 장면이 그러하고, [에피소드 11화 우기명의 주말] 봉지은이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듯한 에피소드를 보여준 뒤 다시 우기명의 시점으로 돌아가 여전히 삶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그러하다. [에피소드 17화~ 돌아온 봉지은] 우기명 역시 미약하게나마 변화하지만 아직 타인의 시선 속에서는 제정신 못차린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는 전작의 <패션왕>에서 하루 아침에 일진으로 변한 그의 모습과 대비되는 느린 성장이다. 높은 현실감을 보여준다. 때문에 작가 기안과 우기명은 상당히 닮은 캐릭터다. <패션왕>을 통해 방황하다가 <복학왕>에 들어서서야 정신을 차리고 느리게나마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안84를 작품과 혼연일체형 작가로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기안에게 있어선 본인의 자아를 찾기 위해 아주 멀리 돌고 돈 셈이다. * 여정의 끝이 궁금해지는 기안84 이미 <패션왕> <복학왕> <체육왕>등 시리즈로 5년 넘게 우려먹고 있는 작가지만 이 에피소드는 20년, 30년이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작가의 인생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의 느린 -어쩌면 빠르다고 할 수도 있는- 삶이 지나온 흔적을 달팽이처럼 끈적거리고 불쾌하게 표현하면서 계속 만화를 그려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와 '보통의 우리'를 닮고 있기에 이 작가의 여정이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기안은 언제나 현실을 그리는 작가다. 그냥 이 삶이 계속 될 거 같아서 그저 그렇게 그리는, 자신의 작품이 언제나 자기 삶과 사회상과 일치되도록 하는 작가. 물론 기안84는 이 모든 것을 전부 의도하고 그려왔을 정도로 천재적인 작가로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 우연히 얻어 걸린 부분들도 있을 확률이 더 크다. 기안84의 역량으로는 하일권 작가나 윤태호작가와 같은 작품을 통한 사회비판, 현실참여는 어렵지 않은가? 다만 기안은 아주 솔직할 뿐이다. 말하자면 그는 그랬음직하는 현실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모두가 모르는 체 하지만 지금 어딘가 구석에서는 그러고 있는 그 것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래서 가끔은 짱돌을 맞는다. 그럼에도 기안에게는 현실 가장 눅눅하고 어둑진 골목 사이사이 마저도 자신의 세계 안에 고스란히 인화해 내고자 하는 고집이 있다. 입으로 꺼내기엔 조금 불편한 현실. 그것이 예의상 그랬든 체면 때문이었든 아무도 묻고자하지 않지만 모두들 이미 알고는 있는 것. 그 것을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 작가 기안84를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는 종종 궁금해 하곤 한다. 점심때가 되면 대기업 중견기업 명찰을 달고 거리를 점유하는 쟁쟁한 졸업생들 얼굴 그 사이에 공백을 채우는 선배들은 어디로 갔는가? 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우리 곁을 왁자지껄 뛰어다니던 그 많은 5,6,7,8 그리고 9등급들은 어디로 갔는가? 상위권 수만큼 그 밑을 똑같이 깔아 버티고 있었던 하위권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 보다 좀 더 되짚어 내려가 우리의 초 중등학교시절 같은 학급을 다니던 장애인 학우들은 어디에 갔는가? 나의 존재를 비장애인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규정케 하던 그들의 존재는 어느 새 우리들 시야에서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이제는 단지 '불운의 리프트사고를 당한 ㅁㅁ군', '입사 지원에서 밀려난 ㅇㅇ양'으로 신문상에 짤막히 찍힌 활자로만 종종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늘어진 테잎같아 얼핏 지나듯 들으면 제 의미를 종종 놓치곤 하는 이러한 일상 속 사소한 의문들이 새삼스러이 의미하는 바는 한 때 유행하던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만 봐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저의 반 이상은 브론즈고 실버라 들었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감내한다. 실은 시스템이 그들을 지속하여 뒤로 내민다. 매 순간의 수건돌리기가 끝나면 남은 이들은 자축하며 안심한다. 안줏거리는 어제 자신과 함께 했던 그들이다. 이제 온라인 게임속 세계를 구체화해내는 것이 다름아닌 자기들 스스로이었음을 아는 우리들은 자신이 사는 현실 또한 그러한 양태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의 곁눈질에 시야에 들어선 그들, 분명 보통의 사람들인데, 뒷편으로 내치려야 내칠 수 없는 대다수의 평범한 이들임에도 잠시 경쟁에 밀려났다는 이유만으로 암묵적으로 멸시와 조롱을 합리화하는 세상이다. 아무리 다른 이들이 자신보다 하위층일 그들을 무시하여 깔보고, 조롱해 보아도 이들은 여전히 우리 일상 속 어딘가에 있는다. 어스름한 저녁, 공터에 가로수 그림자 사이에, 토사물 악취가 배인 전봇대 근처에, 창이 좁고 벽지가 들뜨는 사육장 같은 고시원 단칸방에, 다세대 주택의 어두컴컴한 반지하에, 웃풍이 손님 겸 하여 드나드는 옥탑방에, 혹은 잠시 흥겨운 거리가 떠들썩 들어왔다 돌아갈 제에도 창백한 조명만이 지속하여 제 얼굴을 비추는 편의점 계산대에. 그들, 얼굴에 그늘을 잔뜩 드리운 채 그 곳곳에 구겨넣어져 가려 있다가도 어느 순간순간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 기안은 단지 이 장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담아낼 뿐이다. 그저 꽉 쥐어 보여준다. 계속해서 보여줄 뿐이다. 남들이 아무리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저렇게 살 테면 저들은 대체 왜 사는가?" 하며 악담에 가까운 조롱을 하더라도. "이것을 보라. 여기에 사라질 수 없는 우리가 있지 않느냐. 없는 듯 욕을 해보아도 여기 이것이 보통의 당신, 우리의 평범한 삶이 아니겠는가" 하고. 요약: 조무위키에서의 모든 기여는 CC BY-SA 4.0 라이선스로 배포된다는 점을 유의해 주세요(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무위키:저작권 문서를 읽어주세요). 만약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문서를 저장하지 말아 주세요. 또한, 직접 작성했거나 퍼블릭 도메인과 같은 자유 문서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보증해야 합니다. 저작권이 있는 내용을 허가 없이 저장하지 마세요! 취소 편집 도움말 (새 창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