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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사의 기준 == === 전제 - '중국'이라는 개념은 갑툭튀한 개념이다 === 지난 20년동안 중국이 진행한 [[동북공정]]이나 [[하상주단대공정]] 같은 역사왜곡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대만에 있었던 [[동녕국]]은 중국의 역사인지 아닌지, 또한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는 중국의 역사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이런 논쟁들은 대부분 전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와 국제질서를 서양의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의 근대 국제질서와 [[19세기]] 이후 갑툭튀한 [[민족주의]]이념에 어거지로 끼워맞추려고 시도하다 보니 생기는 것들이 많다. 일단 어느 역사적 국가가 중국사의 일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한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중국]]이라는 개념이 생긴지 채 200년도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중국이라고 부르는 그 나라는 19세기 서양에서 민족주의가 들어오면서, 중국대륙에 사는 사람들을 하나의 민족인 것처럼 묶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일단 아래에서는 용어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중국이란 개념이 없었던 전근대 시대에도 중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 전제 2 - 천하관이 뭔지를 먼저 이해하자 === 그러면 중국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에는 중국을 뭐라고 불렀느냐 하는 의문이 남을 것이다. 이걸 알려면 천하관이 무엇인지 알아야 된다. 우리가 교과서 같은 데서는 독자적 천하관이 어쩌네 하는 말을 많이 들어보면서도 정작 천하관이 뭔 말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 아래다. 즉 [[옥황상제]]같은 놈들을 필두로 한 하늘[天]의 바로 아래[下]서 일어나는 온갖가지 사건들, 미친놈들, 질서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이때 이 천하를 관리하는 인간을 바로 [[천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땅 '중원' ==== 그리고, 그 천자가 최초로 등판한 장소가 바로 [[황허강]] 유역이었고, 황허강 유역을 천자가 치수사업 등으로 다스렸으므로, 천자가 살고 다스리는 천하의 중심, 즉 [[중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천자가 직접 다스리지 않는 '제후국' ==== 천자가 이 세상 모두를 다스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나라]] 때의 천자들은 자기 가족들을 지방으로 보내서 대신 다스리게 했으니 이걸 [[봉건제]]라고 하고 이때 생겨난 유사 국가들을 제후국이라고 부른다. 근데 주나라가 뒤지고 [[기원전 221년]] [[진나라]]가 중원을 따먹은 다음 직접통치의 일종인 [[군현제]]를 실시하면서 제후들이 없어졌다. 그런데 천자-제후 설정딸놀음을 계속 하고 싶었던 [[진한시대]]의 한족년들은 '요오시 한번 우리 주변에 있는 조선, 왜, 남월 새끼들을 제후라고 불러보자!'라는 발상을 해내며, 중국의 주변국을 제후국 취급한 것이 [[조공책봉관계]]가 되는 것이다. 어? 그러면 한국 일본 베트남은 중국 주나라 때의 제후국이나 다를바 없는거니까 중국사에 들어가는거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나라 때의 제후국 놀이는 원래 하나의 주나라였던 애들이 따로따로 갈라져나갔기 때문에 중국사로 취급받는 반면 진한시대 이후에 조공책봉을 받는 국가들은 원래부터 따로 존재했는데 나중에 가서야 중국의 질서에 편입된 것 뿐이므로 중국사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 자 이제 전근대 중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다 === 결국, 전체집합인 '천하' 아래서 집합 A, B, C... 따위에 해당하는 제후국들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여집합, 즉 천자의 직접 관할 지역이 바로 전근대 중국의 범위가 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중국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므로, 이 여집합 쯤에 해당하는 영역은 어떤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천자가 직접통치하는 '중원'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지역이자 천하 그 자체였다. 중원을 차지하면 이 천하의 주인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국가 취급하는 [[명나라]], [[청나라]] 따위는 조선, 일본, 남월 같은 동네랑 대등한 국가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중원을 통치하고 있는 '명 왕조'와 '청 왕조' 따위의 직접통치 관할구역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중국이라 부르는 영역은 전근대 시대에는 별로 중요한 개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중국이라는 여집합 안에 들어서 천하의 패자의 기준을 제시해주는 '중원'이 훨씬 중요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이 여집합 같은 중국을 하나의 국가 개념으로서 재탄생시킨 것일 뿐이다. === 그래서 결론 - 중국사의 기준이 뭔데? === 간단하다. 세가지만 알면 된다. # 중원을 차지한 왕조 # 중원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한때는 차지했던 왕조 # 중원을 차지한 적은 없지만 1, 2번에 해당하는 왕조를 계승하거나 분리되어 나간 나라 이 1, 2, 3번에 해당하면 중국사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밑의 예외에서 설명하듯이 이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1~3번에 해당이 안 되더라도 관례적으로 중국사에 넣는 경우들이 있긴 하다. 그리고 '''지배층의 한족 여부는 중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족이라는 개념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19세기에 인위적으로 탄생한 혈통적 민족 개념이다. 그 이전에는 혈통과 상관없이 중국 문화를 받아들인 이들은 전부 한인이라고 불러서 이민족인 호인과 구분했다. 또한 단지 중국식으로 연호를 사용하고 황제의 칭호를 쓴다고 중국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면 일본이랑 베트남도 중국이게? 다만 이 연호 문제는 밑에서 나올 애매한 국가들을 중국사에 포함시킬 때 적용되기는 한다. ==== 적용해보자 ==== ===== 전근대에 중국사에 해당하는 국가들 ===== [[선진시대|하상주]]는 다스리는 영역 자체가 중원이니까 1번에 해당하여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진나라 한나라는 중원 외의 지역도 다스리긴 하지만 여하튼 중원을 차지한 것은 맞으므로 당연히 1번. 이는 위나라와 진(晉)나라도 마찬가지다. 중원이 아닌 촉나라와 오나라는, 한에서 떨어져나온 것이므로 3번에 해당하여 중국사라고 부를 수 있다. 진(晉)이 남쪽으로 런해 만든 동진은 어쨌든 한때는 중원을 먹었으므로 2번에 해당하며, 이후 나올 남조 송제양진은 진(晉)을 계승하므로 3번에 해당한다. 5호 16국과 북조는 오랑캐긴 하지만 중원을 따먹었으므로 1번. 수, 당은 말이 필요없다. 1번이다 5대 10국의 경우 5대는 중원을 차지했으므로 1번, 10국은 갈라져나왔으므로 3번. 송나라, 금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는 중원을 먹었으므로 1번. 남송과 남명, 북원은 2번. 이 나라들이 교체되는 혼란기 속에서 튀어나온 일부 소국들은 3번에 넣을 수 있다. ===== 예외들 ===== 여기서 나온 예외들의 경우는, 앞서 언급됐던 중국식 체제(연호, 묘호 등) 때문에 중국사로 인정받는 경우다. 이걸 4번 규정으로 넣지 않은 이유는, 연호랑 묘호를 썼다고 중국사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종의 예외조항이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요나라와 서하는 저 1,2,3번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는 자기들을 셀프로 요라고 부른 적이 아예 없다. 실제로 이 때문에 요, 서하라는 표현 대신 그냥 거란, 탕구트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인 의미의 중국사는 아닌 셈. 하지만 중국식 체제를 표방했으며, 요, 서하와 다를바가 없는 금나라 원나라가 중국 취급을 받으므로, 요와 서하는 금나라와의 통일성을 맞춰 주기 위해 중국사로 취급해준다. 북원의 경우 딱 [[1388년]]까지만 중국식 체제를 사용했으므로, 1388년까지만 중국사로 인정받는 특이한 케이스다. 동녕국(정씨 왕국)은 좀 특이한데, 3번으로 넣기가 아주 애매한 케이스. 남명에서 영토적으로 갈라져나온 국가는 아니지만, 남명의 장수가 다른 땅으로 넘어가서 세운 나라이므로, 1번 명나라가 도망쳐서 만든 2번 남명에서 떨어져나온 3번으로 볼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중국사로 인정해준다. ===== 중국사가 아닌 것들 ===== 위만조선과 남베트의 경우 한족 지배층을 두고 있지만 앞선 1~3에 해당하는 사항이 하나도 없으므로 중국사가 아니다. 이외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후백제, 태봉, 고려, 조선, 야마토, 일본, 대월, 대리, 흉노, 돌궐, 위구르, 토번 등등 천하의 일원이었던 수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1~3에 해당사항이 없어 중국사로 넣지 않는다. 여기서 초반에 언급했던 독자적 천하관 얘기가 나온다. [[5세기]] 전성기의 고구려나 [[헤이안 시대]] 이후의 일본은 아예 천하의 중심을 중원이 아닌 자기네 동네로 취급해버림으로서 새로운 설정놀음을 만들었다. 이런 경우에는 중국사에 낄래야 낄 수 없는 케이스. 이런 국가들을 중국사의 일부로 넣고자 하는 [[동북공정]]은 결국 중원을 중심으로 한 전근대 천하관을 완전히 무시하고 현대 중국의 영토만을 근거로 해서 진행하고 있는, 굉장히 현시대중심주의적인 오만한 역사관인 셈이다. 이딴 논리에 따르면 발해는 러시아 역사가 되고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도 아랍의 역사가 되어버린다. ===== 근현대사 이후 ===== 앞서 말한 1~3번 규칙은 전근대사에 해당하는 것이고, 중국이라는 개념이 첫 탄생한 근현대사부터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중일전쟁 때 중원을 먹은 일본은 1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중원의 의미가 없어져버린 근현대이므로 중국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중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민족적으로 중국이라 여겨지면 중국사가 된다.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이에 해당하고, 만주국의 경우는 중국사인지 아닌지 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편 === 결론 === # 전근대 중국사의 기준은 '중원을 먹었거나 중원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가?'이다. # 근현대 중국사의 기준은 '민족적 정체성이 중국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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